분명 나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연락했고, 보고 싶다고 했고, 만나면 누구보다 다정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관계가 조금 가까워졌다 싶으면 갑자기 연락이 줄어듭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하고, 별것 아닌 말에도 예민해지고, 내가 다가갈수록 한 발씩 물러납니다.
그러다 내가 정말 멀어지려고 하면 다시 다가옵니다.
그래서 가장 답답한 질문이 생깁니다.
"좋아하는 거야, 싫어하는 거야?"
하지만 사람의 마음은 언제나 둘 중 하나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좋아하면서도 부담스러울 수 있고, 보고 싶으면서도 혼자 있고 싶을 수 있습니다.
추운 겨울날 난로가 하나 있다고 생각해봅시다.
추우니 가까이 갑니다. 그런데 너무 가까워지면 뜨겁습니다. 그래서 한 발 물러섭니다.
조금 지나면 다시 춥습니다. 또 가까이 갑니다.
누군가에게 관계도 이렇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멀리 있을 때는 보고 싶은데, 너무 가까워지면 내 자유가 없어지는 것 같고,
기대에 맞춰야 할 것 같고, 상처받을 가능성까지 커진 것처럼 느껴집니다.
심지에서는 사람이 관계 안에서 편안함을 유지할 수 있는 이 거리를 '마음의 안전거리' 라고 부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으면서도, 내가 나답게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관계의 거리.
중요한 건, 안전거리가 큰 사람이 사랑이 적은 것도 아니고, 안전거리가 작은 사람이 더 많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라는 겁니다.
그저 사랑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거리가 다를 뿐입니다.
한 사람은 불안해지면 가까이 갑니다.
"왜 답장이 늦어?" "요즘 나한테 마음 식었어?" "무슨 일 있는 거야?"
대화를 하면 안심될 것 같아서 계속 확인합니다.
그런데 상대는 그 확인이 많아질수록 답답해집니다. 그래서 조금 물러섭니다.
그러면 첫 번째 사람은 더 불안해집니다. 더 확인합니다. 상대는 더 멀어집니다.
한 사람은 관계를 지키려고 다가가는데, 그 행동 때문에 상대는 더 멀어집니다.
반대로, 상대는 관계를 망치지 않으려고 잠깐 거리를 두는데, 그 행동 때문에 상대방은 더 버려질 것처럼 느낍니다.
둘 다 관계를 지키려고 한 행동인데 결과는 정반대가 됩니다.
연락이 줄었다고 해서 마음이 식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혼자 있고 싶다고 해서 헤어지고 싶다는 뜻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정말 마음이 멀어졌을 수도 있고, 최근 갈등이 너무 많아 지쳤을 수도 있고,
관계가 중요해지면서 오히려 부담이 커졌을 수도 있고, 감정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겉으로 보이는 건 똑같습니다. "연락이 줄었다."
하지만 그 행동이 나온 이유는 완전히 다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애에서 "저 행동은 무슨 뜻이지?"보다 더 중요한 질문은
"저 사람은 왜 저 행동을 하게 됐지?" 입니다.
우리는 상대가 밀어내기 시작하면 상대를 분석합니다.
"회피하는 사람인가?" "날 별로 안 좋아하나?" "원래 저런 사람인가?"
하지만 관계는 한 사람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내가 가까워질수록 상대가 멀어지고, 상대가 멀어질수록 내가 더 가까이 가고 있다면,
봐야 하는 것은 누가 잘못했는지가 아닙니다.
두 사람의 마음이 만나면서 어떤 움직임이 만들어지고 있는지입니다.
나는 불안할 때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상대는 압박을 느끼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나는 어떤 행동에서 사랑을 느끼는지. 상대는 어느 정도의 거리가 있어야 편안한지.
이걸 모르고 있으면 한쪽은 사랑하기 때문에 계속 쫓아가고, 다른 한쪽은 사랑하면서도 계속 도망가게 됩니다.
그 사람의 마음을 좋아한다 / 좋아하지 않는다로만 나누기 전에 한 번 다른 질문을 해보세요.
이 사람에게 편안한 사랑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그리고 더 중요한 질문도 있습니다.
나는 사랑할 때 어느 정도 가까워져야 안심하는 사람일까?
둘의 거리가 너무 다르다면 사랑의 크기보다 먼저 거리의 차이를 조율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사람을 이해한다는 것은 그 사람의 모든 행동을 받아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왜 저래?"라고만 보였던 행동의 이유를 알게 되면 그다음 선택은 훨씬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데 자꾸 멀어지는 관계라면, 누가 더 사랑하는지를 확인하기 전에 먼저 살펴보세요.
우리는 사랑할수록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인지.
심지는 그 움직임을 '마음의 안전거리'에서부터 읽어봅니다.